“금값은 사상 최고인데 손님은 없다”…벼랑 끝 몰린 동네 금은방

국제 금값 상승으로 ‘금 투자 열풍’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전국 동네 금은방 업계는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며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고물가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 대형 금거래소와 중고거래 플랫폼 확산, 급증하는 범죄 위험까지 겹치면서 영세 귀금속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광주 동구에서 20년 넘게 금은방을 운영 중인 홍영환 씨는 최근 1년 사이 매출이 70% 가까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에서 수십 년 일한 사람들도 지금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고 말한다”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보다 체감 경기가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히 장기화되고 있는 중동 지역 불안과 국제 정세 악화가 소비 심리를 크게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금값은 오르지만 실제 귀금속 소비는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홍씨는 “예전에는 금값이 오르면 투자 수요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변동성이 너무 커 소비자들이 지갑 자체를 닫고 있다”며 “온라인 중고거래와 대형 금거래소로 손님들이 빠져나가 동네 금은방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40년째 금은방을 운영 중인 강모 씨 역시 “전쟁 이후에는 매입과 판매가 모두 끊긴 수준”이라며 “매달 적자를 감당하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폐업하는 곳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30년 가까이 귀금속점을 운영해 온 김모 씨도 “금 한 돈 가격이 100만원 수준까지 오르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형 거래소까지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규모 점포들은 사실상 고사 위기”라고 말했다.
기업 대상 기념품 제작 시장도 크게 위축된 분위기다. 과거에는 순금 기념품 제작 수요가 꾸준했지만 최근에는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거나 금 함량 자체를 낮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혼 성수기 특수 역시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업주들은 “예전처럼 예물 세트를 맞추는 경우는 드물고, 간단한 커플링 정도만 찾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며 “주거·차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젊은 세대가 귀금속 소비까지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값 급등에 따른 범죄 증가도 업계의 또 다른 부담이다. 최근 경찰이 금은방 절도 범죄 증가에 대응해 특별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업주들은 고가의 보안시설 설치에 나서고 있다.
홍씨는 “최근에는 진열장을 깨고 고가 제품만 빠르게 훔쳐가는 방식이 많아졌다”며 “결국 보안을 강화할 수밖에 없어 금고형 진열장을 새로 들였는데 비용만 2000만원 가까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값 상승이라는 외형적 호황과 달리 실제 현장은 소비 침체와 경쟁 심화, 치안 불안까지 겹친 ‘삼중고’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